예수는 남조선에만 있는 겁니까?

예수는 남조선에만 있는 겁니까?



“예수는 남조선에만 사는 겁니까?” 최근 개봉된 ‘크로싱’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탈북자의 절규와 같이 내뱉은 말이다. 함경도 탄광에서 뼈 빠지게 일하던 김용수 (차인표 분) 는 병든 아내를 위한 약과 아들 준이에게 먹을 것,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공을 사주기 위해 두만강을 건넜다.



불법적으로 벌목장에서 힘든 일을 하던 용수는 공안당국에 쫓기다가 그동안 번 돈을 잃어버리고 만다. 마침 탈북자 브로커를 만나 함께 동행하면 돈을 받는다기에 사정도 모른 채 북경주재 독일 대사관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비로소 그는 그들 일행이 한국으로 들어가는 탈북자들인 것을 알게 된다. 담당자에게 자신은 돈을 받아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 아내와 아들을 살려야 한다고 부르짖지만 어쩔 수 없이 한국행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만 듣는다. 결국 한국에 들어와 새터민으로 공장에서 일하며 미친 듯이 돈을 모은다. 정부로부터 받은 아파트도 임대로 주고 정착금과 임금을 모아 아내와 아들을 만나려고 백방으로 애쓴다.



그 사이 아내는 굶주림과 결핵으로 아들 준이 (신명철 분)를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탈북자 용수가 통곡을 하며 절규를 할 때 그리스도인인 공장장이 “예수님이 계시니 희망을 갖자”고 위로하자 용수가 소리친 말이 바로 “왜 예수가 남조선에만 사는 겁니까? 왜 북조선에는 예수가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을 구원해 주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라는 울부짖음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고 가슴이 답답했다. 속에서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내는 연신 손으로 눈물을 닦는다. 영화 시사회에서 어느 목사님이 영화를 본 소감으로 ‘거룩한 고문이었다’는 말이 실감난다. 사실 이 영화는 북한의 비참한 실상을 10분의 1로 순화하여 묘사했다고 한다.



탈북자 100여명을 만나 인터뷰하여 4년간에 걸쳐서 제작된 이 영화는 북한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그릴 경우 너무 충격이 커서 오히려 메시지가 죽을 것을 우려하여 정치색을 배제하고 북한 주민의 굶주리는 일상이나 특히 탈북자 수용소의 모습은 현실보다 훨씬 더 나은 형편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운 모습이 스크린 내내 서려있다. 특히 아들 준이가 탈북 브로커의 농간으로 중국과 몽고의 허허벌판 국경지대 사막에서 이틀간 혼자 헤매다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죽어가는 장면, 그리고 그 아들의 시체를 묻으며 피눈물을 뿌리는 아버지 용수의 비극은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게 했다.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의 같은 땅에서 같은 핏줄의 내 동포가 한두 명도 아닌 수백만 명이 굶어죽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 영화의 제작동기, 흥행, 비평에 관계없이 나는 한국인이라면 더구나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이 영화 ‘크로싱’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같은 동포가 양식이 없이 죽어가고 있고 인권과 자유가 없이 짐승처럼 살고 있기에 그렇다.



영화 내용 중에 삶과 죽음, 그리스도인의 선교와 기도 그리고 성경이 나오기에 그렇다. 아들 준이가 너무 혹독한 현실에서 여자 친구에게 묻는 질문에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대답을 해야 하리라. “우리가 죽으면 다음 세상이 있다고 하는데, 그 세상에서 엄마 아빠 모두를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이니?” 이 영화가 우리에게 웃음은 줄 수 없을지라도 우리의 절박한 현실과 사명은 일깨워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세 가지, 양식과 자유와 복음을 그들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주여!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 세 가지를 북한 동포도 가지게 하옵소서!